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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소어의 철두공에 격중 당한 한 태감은 골통이 으스러지는 극통을 느끼며 십여 장 가까이 날아가 처박혔다.
“크으윽…!” 어찌 된 게, 분명 당한 부위는 머린데 목구멍에서 피가 솟구쳤다.
뇌진탕과 내상으로 인한 혈류의 역류 현상이었다.
단언컨대, 동창의 좌장(座長)이 된 이후, 처음 겪는 모욕과 수모.
하지만.
‘지독스런 반탄력이야……. 생각보다 영감을 꺾는 게 만만치 않겠어.’ 정작 철두공을 적중시킨 소어는 외려, 이맛살을 찌푸렸다.
철두공엔 ‘각성’ 상태의 거력이 담긴 채였다.
때문에, 적어도 한 태감의 두개골이 박살 날 줄 알았는데….
‘철두공을 정면으로 처맞고도 의식을 잃지 않은 사람은 광원대사 이후 처음 봐. 무슨 고자 영감탱이 맷집이 저렇게 좋아?’ 더욱이 광원대사와 싸울 때의 소어와 지금의 소어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광원대사는 적수공권의 달인이요, 온몸이 강철 같은 피부와 오픈홀덤 근육으로 덮인 외가 기공의 달인이 아닌가.
‘아무래도 규화보전의 묘리일 테지.’ 소어는 기필코, 금일 규화보전을 한 태감에게서 강탈하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 순간.
쓰러졌던 한 태감이 신형을 일으킨 채, 으르렁거렸다.
인생 말년의 굴욕 앞에 그의 눈은 분노를 노래하듯 용암처럼 타올랐다.
“그아아암히! 본좌의 명예를 걸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의 눈알을 뽑아주겠다!” 동시에.
파아아아아앙!
한 태감의 전신에서 또 한 번, 금강천잠사로 만들어진 수백 가닥의 투명 실선이 폭발적인 음향을 터뜨리며 사위를 덮었다.
‘실선 끝에 뾰족한 금침이 달려있어. 연위갑 입고 오길 잘했지.’ 소어의 육안에 실선 끄트머리에 달린 미세한 금속이 들어왔다.
그 금속은 톱니바퀴 형태로 이루어진 금침이었는데 피부에 박히는 순간, 근육과 힘줄을 완전히 끊어놓도록 설계, 제련된 것이었다.

하나 제2방의 시련에서 얻은 연위갑이 있었기에 세이프게임 소어는 별다른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고자 할아버지. 얼마나 버티는지 한 번 봅시다.” 그렇게 말한 소어는 굉음을 터뜨리며 쾌경보로 돌진했다.


쉬이이이이익!
한 태감이 사용하는 무기는 괴이쩍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난해하고 특이하여 소어에겐 고역이 되었다.
사실, 말이 병장기지, 병장기도 아니었다.
몇 가닥인지 헤아릴 수 없는 투명 실선이 연신 몸속에서 튀어나와 소어의 권격과 충돌을 일으켰는데….

놀라운 점은 이 실선들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소어의 파워볼사이트 허점을 파고든단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래서야 일 대 일의 싸움이 아니라, 일(一) 대 천(千)의 싸움이네, 젠장.’ 소어는 수천의 병사와 전투를 벌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야 했다.
그러던 와중.
쉬리리리리리릭!
파천연격포-인검일격-천조격뢰-고산팔벽-해일폭퇴에 이르기까지.
십초무적공의 공격술을 모두 쏟아내며 한 태감과 거리를 좁히던 소어의 몸은 수천 가닥의 투명 실선에 꽁꽁 묶여버리고 말았다.
제아무리 소어의 신위가 뇌전을 머금은 빛과 같다 하지만, 분신술을 펼치지 않는 이상,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수천 가닥의 실선을 모두 쳐낼 도리가 없었던 탓.
“낄낄…. 드디어 요절을 내줄 수 있겠구나!” 일방적으로 몰리며 후퇴만 일삼던 한 태감으로선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잖아도 선공은커녕, 반격조차 엄두도 못 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상 또한 심각했기에 이대로면 한 시진도 버티기 힘들었던 까닭.
그러나.
“고자 영감님. 좋으세요? 크크큭.” 소어의 웃는 낯을 보는 순간, 한 태감은 뭔가 일이 잘못되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안일함은 결국, 패착이 되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소어의 몸통이 풍점이 되고.
풍점에서 파생된 풍력은, 거칠세 선회하더니 거대한 용권풍을 발현해냈다.
동시에, 파워볼게임사이트
“히… 히익!” 수천 가닥의 실선은 금세 소어가 만들어낸 회오리와 얽혀, 한 태감의 신형마저 태풍 속에 잠식되었는데.
‘됐다, 걸렸어!’ 이는 바로, 의도적으로 설계된 소어의 전략이었다.

도저히 실선을 모두 쳐낼 수 없겠단 판단하에, 허점을 드러낸 뒤, 빼도 박지도 못할 상황을 연출, 그와 함께 철갑대회전을 시전하여 한 태감을 옭아맨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 소어와 투명 실선과, 한 태감.
복잡한 삼형(三形)의 피조물이 한데 엉켜, 태풍과 하나 되는 순간에.
한 태감은 울었고, 소어는 웃었다.


-강호무림에 기인이사는 장강의 파워볼실시간 모래알 같다 하더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격언.
소어는 새삼, 그 말을 절감하였다.
‘꽤 고전했어. 만약 만독곡에서 현경을 이루지 못했다면. 이길 수 없었을지도 몰라.’ 끽해봐야 고자(?) 내시에 불과한 한 태감이기에 어렵지 않게 이길 줄 알았다.
하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 태감의 무공은 소어가 상대했던 인물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것이었기에 ‘각성’의 힘을 끌어올려 무려 한 시진 가까운 사투를 펼친 끝에.
“바짝 안 들엇?!” 번쩍-
한 태감을 무릎 꿇린 후 손까지 들게 하는 치욕을 선사할 수 있었다.

‘……무림을 넘어, 황실마저 손에 넣고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한 대인이. 저런 똥개 같은 모습이 되다니!’ 그 모습에 전직 동창 대원, 현직 인질(?)이 된 사내는 다시 한번 인생의 허망함을, 그리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채, 숙연해졌다.
‘그래… 나는 비굴한 게 아니다. 저 인간 앞에서는… 저 악마 같은 놈 앞에서는 천하의 누구라도 저리될 거야.’ 그는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어떻든, 그러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한 태감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지만.
“솰려뫈… 솰려뫈… 주시괘…(살려만, 살려만 주시게.)” 한 태감은 현재 머리털을 쥐어뜯긴 통에, 피칠을 한 민두를 드러낸 채다.
게다가 치아는 대부분 날아갔고, 잇몸이 내려앉는 바람에 발음은 뭉개졌는데….
그 처절한 모습을 보는 소어는 흡족했는지 미소를 짓다, 갑자기 입을 삐쭉 내밀며 너스레 떨었다.
“음… 그건 곤란한데. 살려드리고는 싶은데, 너무 지은 죄가 많은 데다, 영감님의 생사여탈은 내 소관이 아니라서요. 아! 너무도 안타까워라!” 일순, 인질 사내는 또 한 번 치를 떨었다.
‘무공뿐만이 아니야. 사람을 조롱하는 데도 천하제일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존심이란 게 없는 것인지, 한 태감은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했다.

“워찌하여 본좌의 생솨여퇄을… 좌네가 과지고 있지 않톼는 괜과(어찌하여 본좌의 생사여탈을… 자네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겐가?)” “아! 그야 영감님의 지위 때문이죠. 동창의 좌장이면 거물 중의 거물이잖아? 그냥 내 손으로 패 죽이긴 많이 아깝지. 게다가 백련교와 접선하여 환란을 도모했으니, 그 죄까지 돌돌 말아서 던져야지 않겠어요? 그쯤 되면 황제 폐하도 백련교를 토벌하라고 칙령을 내리실 거고. 그놈들 잡는 데 나라의 힘을 빌리면 일은 한결 더 쉬워지겠죠?” 소어의 말에, 한 태감은 물론 인질 사내마저 경탄하여 혀를 내둘렀다.
‘아! 이 자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던 건가…?’ ‘규화보전과 한 태감의 부정 축재 자산을 강탈하려는 목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애초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물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 아니겠어? 낄낄.’ 소어의 속내는 규화보전의 획득이 최우선이요, 재물의 강탈이 둘째요, 나머지는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했지만.
“그래서 말인데. 고자 영감님.” “…….” “일단 규화보전이랑 꼬불쳐 둔, 비자금. 다 내놓으쇼.” ***
꽈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악!” 꽈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악!” 퍼퍼퍼퍼퍼퍼퍽!
“크하아아악!” 이럴 줄은 몰랐다.
그저 규화보전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을 뿐, 원본을 태워버렸으며 비자금은 지금 수중에 지니고 있지 않단 말을 했을 뿐인데.


방금까지만 해도, 측은지심을 느낀 양, 존대하던 소어가 별안간, 돌변하여 머리를 세차게 쥐어박는 게 아닌가.
한데 그 꿀밤이 너무나도 막강한 경력을 지닌지라, 한 태감은 영혼이 비산하는 고통에 범벅되고 말았다.
“쿠뫈! 쿠뫈 좀 하궤! 웨 이뤄는 권과!(그만! 그만 좀 하게! 왜 이러는 건가!)” “뭐라는 거야, 이 고자 새끼가!” 꽈아아아아앙!
“쿠와아아악!” “후, 빡치네, 진짜. 영감님, 영감님 해주니까 우습게 보이지? 뭐? 규화보전은 태워버렸고 비자금은 지금 안 들고 있어? 장난하나, 이 새끼가. 아, 안 되겠다. 그냥 더 맞자.” 그제야 인질 사내는 소어의 목적이 오직, 돈에 있음을.
진소어란 인간은 돈에 혈안이 된 사람임을 깨달았다.

‘잠시나마, 착각을 했군. 역시 저 인간은 악마야.’ 소어가 주먹을 불끈 거머쥔 채, 허공으로 우수를 힘차게 올렸다.
그 순간.
“좌… 좜꽌!” 한 태감이 만류하며 외쳤다.
“돠… 돠 주궸소… 규화붜죤도… 비좌굼도…” 그제야.
씨익-
소어가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에잉! 여봐요, 영감. 나도 장유유서 아는 사람이오. 거, 처음부터 술술 내놓으면 좋잖아? 이게 뭡니까, 이게? 아무튼, 줄 거 주시고. 제가 개봉부윤이신 포 대인께 송치해드릴 테니, 개작두 타고 황천길 가쇼. 이만하면 인도적이죠?” 한 태감이 고갤 끄덕였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아주 자그마한 크기의 목갑(木匣)을 끄집어내, 소어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그…… 그궈슨…….” ***
한 태감의 말을 들은 소어는 경악하고 말았다.
동시에, 목갑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신기목갑(神技木匣)’ 바로 그 목갑은 ‘신기목갑’이란 이름의 ‘법보’로서 위대한 공능을 담은 물건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니까. 이 자그마한 목갑 안에 오만가지 사물을 다 보관할 수 있다? 게다가 소유자의 법력이 뛰어나면 더 많은 용량을 적재할 수 있고?” “그뤘소… 그 목괍은 내가 동영(일본)의 통쉰사로 출타해쓸뙈… 천왕으로부퉈… 선물봗은… 귀하뒤귀한…” “아아! 됐고. 목소리도 뭣 같은데 발음도 그러니까 더 소름 돋네. 어휴, 이 쓸데없이 명줄만 긴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개새끼!’ 누구 때문에 발음이 이 모양인데!

너한테 처맞아서 이빨이며 잇몸이며 모조리 박살 난 탓에, 그런 건데!
치를 떠는 한 태감은, 속으로 또박또박 소어에게 상욕을 내뱉었다.
하나 소어의 신경은 온통 ‘신기목갑’이란 법보에 치중되어 있었다.
탁-
소어가 목갑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목갑 안은 투영할 수 없는 묵빛 기체가 어둠의 장막을 형성한 채였는데, 아무래도 신비한 공능과 술법으로 설계된 ‘아공간’의 행낭이 이 법보의 쓰임새인 듯했다.
불쑥-
소어는 곧장, 목갑 안으로 손을 넣었다.
“오!”
그러자, 이내 깊숙이 빨려 들어간 손아귀에 무언가 잡히는 게 아닌가.

소어는 망설이지 않고 그를 끄집어냈다.
손에 들린 것은 바로.
“그… 금원보잖아?!” 노란빛을 토해내며 반짝거리는 금원보였다.
동시에.
“시… 심 봤다!!!” 소어가 하늘에 대고 소리 질렀다.
만독곡에서 귀곡산장의 보물을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진귀한 법보와 금원보까지 챙기게 되었으니.
심 봤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리라….
척-
다시 손을 넣었다.
“또!”
척-


또다시 손을 넣었고.
“또… 또? 금원보가 대체 몇 개야?” 이번에는 목갑에 두 손을 넣고 잡히는 건 무작위로 끄집어냈는데.
“금원보에… 이건… 전표네? 대체 얼마야? 은자 20만 냥?! 게다가… 이건 금강석?!” 이건 그야말로 대박이요, 풍년이며, 행운이며, 천운이다.
소어의 면면에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꽈아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아악!” 소어의 돌주먹이 다시 한번 한 태감의 정수리에 산봉우리 혹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너무 아파서 한 태감은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머리통을 부여잡고 떼구르르 바닥을 굴러다닐 뿐.
그런 한 태감을 보며 소어가 대갈성을 터뜨렸다.
“천하의 벼락 맞을 뒤질 고자 내시 같으니라고! 어디 나랏일 하는 놈이 비자금을 이렇게 많이 챙겨? 백성들은 혀 빠지게 일해서 세금 내고, 식솔들 호구 챙기면 춘절에 옷 한 벌 해 입을 돈도 안 남는데. 이 고자 새끼는 진짜 더럽게도 많이 챙겼네?” 어차피 그 돈 다 네가 꿀꺽할 거 아니냐?
게다가 벼락 맞아 죽으면 다행이지, 다행!
천하의 개잡놈 같으니라고!
한 태감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너무 해주고 싶어서.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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