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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게임

“화
-할아버지! 제가 있잖아요! 노영명 그, 망할 영감탱이를 이겼어요! 아니! 아예 한 줌 고혼으로 만들어버렸죠. 하하하. 십초무적공의 첫 패배는 제가 다시 상쇄한 셈입니다? 하하하하하!
-허허허! 소어야…. 정말 대단하구나! 이 할아비는 네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거늘….
-할아버지. 모두가 할아버지 덕분이에요! 솔직히 어릴 때는 할아버지가 너무 혹독한 수련을 시키는 바람에 섭섭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그게 다 오늘날을 위한 밑거름이 된 거 아니겠어요? 아! 물론, 위지 할아버지가 주신 <귀곡산장의 지도>의 효과도 톡톡히 봤죠.
-허허허! 그러잖아도 말하려던 참이다. <귀곡산장의 지도>는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하제일의 보물이란다. 물론 아무나 가질 수도 없을뿐더러, 가진다 해도, 지도가 스스로 주인을 간택하기 때문에,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지. 위지 영감이 네게 그걸 내어주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하! 위지 할아버지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겠어요. 한데, 위지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위지 영감은 나와 같이 도원경에 있지.
-도원경이요?
-그렇단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도원경은 우화등선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는 저세상 아닙니까?
-소어야….
-에이! 농담도 잘하시네. 아직 엔트리파워볼 50년은 더 사셔야죠. 제가 잘 봉양할 테니, 그런 끔찍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할아버지. 이제 우리 세가도 조금만 더 있으면 남궁, 당문, 제갈 같은 재벌 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거예요. 제가 그간 사업한다고 이리저리 고생한 보람이 생긴 셈이죠. 설빙석…… -소어야!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눈을 뜨거라….
-……?
-네겐 할 일이 많이 남지 않았더냐?
-할아버지….
-당대의 강호는 네게 맡기마. 그 옛날, 내가 혈마를 죽이고 혈교를 토벌하였듯이. 너도 능히 그럴 수 있을 게다. 너는 투신의 제자. 나, 모용천의 유일한 수제자니까 말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이이이이!” 꿈이었다.
너무나도 생생한 꿈…. EOS파워볼
죽을 만큼 그리운 사람의 꿈….
외치고 싶고 만지고 싶고 더욱 애틋하게 느끼고 싶으며 결코, 깨지 않고 싶은 달콤한 꿈.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그처럼 소어에게 봄비처럼 시원하고 햇살처럼 따스한 꿈으로 나타났다.
“헉… 헉… 헉…” 온몸에서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신을 잃기 직전, 목도했던 강시들의 흉험한 기세도, 아미파 제자들의 견고한 항마복룡진도, 전우치가 의천필로 그려낸, 사신의 형상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소박하고 단출한 실내와 몸을 누인 침대만이 시야에 들어올 뿐.
그때.
“소어야! 정신이 들었어?” 소어의 외침을 들어서인지, 묘선이 다급하게 장내로 들어왔다.

“묘선아. 어떻게 된… 거야?” 소어는 아직 영문을 로투스바카라 몰랐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소어야! 난 네가 잘못되면 어쩔까 싶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는 묘선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덥석-
묘선이 소어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소어가 묘선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것아. 내가 잘못되긴 뭘, 잘못돼? 아직 날 몰라? 숫제 금강동인이잖아, 금강동인! 절대 안 죽지.” “피… 또 쓸데없는 소리!” “하하하. 그러지 말고 어떻게 된 거야? 강시는? 다 죽었어?” “응…. 정말 다행히도.” 묘선의 말에 소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혼절할 때까지만 해도, 남은 강시의 수는 물경, 40여 구에 달했다.
전우치의 술법과 묘선의 규화보전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자신의 조력 없이 그 많은 강시를 없앤다는 건,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어야!” “소어야!!” 묘선에 이어, 장내로 들어서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두 사람은 위지찬과 전우치였다.

그제야 소어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 형님이 해결하셨던 거구나!” 오픈홀덤 그러자.
“흠흠!” “하하하!” 어쩐 일인지 전우치와 위지찬이 동시에 겸연쩍은, 그리고 낯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는 마치, 소어의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듯, 물끄러미 서로를 응시하다가, 재차 소어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두 사람이었다.
“하하! 뭐, 그렇게 된 거지, 소어야.” “고생스럽긴 했지만 별거 아니었다, 소어야.” 우습게도 두 사람이 동시에 소어를 향해 입을 뗐다.
‘아이고… 내 팔자야…’ 소어는 이내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그러잖아도 천마신교에서부터 전우치와 위지찬은 은근 소어와의 막역함을 자랑하듯 미묘한 경쟁 구도를 만들던 참이었는데.
괜히 불구덩이에 장작을 들쑤신 것 같아, 소어의 얼굴이 붉어진 것.
물론.
“험험!” “흠흠!” 점잖은 전우치와 위지찬이기에 소어를 세이프게임 향해 방금 누구에게 한 말이냐며 꼬치꼬치 캐묻진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아하! 내가 말을 잘못했네. 우리 형님이 아니라, 우리 형님들! 하핫… 형님들 덕분에 혈겁을 막았습니다. 하하… 하하하!” 소어가 뒤늦게 사태 수습을 위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흘렸다.
평소 연기 신공이 12성에 달한 소어건만, 왜 하필 지금은 이리도 어색할까?

‘젠장! 딱 보니까 위지 소교주한테 한 말이야. 아… 아! 쪽팔려!’ 전우치는 눈치가 100단이었다.
그는 금세, 두고두고 이불을 걷어찰 흑역사를 생성한 자신의 실책에 눈을 감고 얼굴을 붉혔다.
‘아… 저 양반 눈치 깠네, 눈치 깠어. 후… 한 보름 갈 텐데.’ 애석하게도 소어는 그런 전우치의 면면만 보고서도 상황을 인지하고 말아 버렸다.


“정말? 내가 칠주야나 혼절한 상태였다고?” “그렇다니까.” 소어는 묘선에게서 자신이 칠일이나 의식을 잃은 채, 병상에 누워있었단 사실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소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왜?
소어는 무려, 우천마검 노영명을 단신으로 깨부순 세이프파워볼 것도 모자라 40여 구의 귀마강시를 으깨버렸으니까….
이건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누가 들어도 불가능하며, 거짓말이라고 치부해버릴 미친 소리였다.
당금, 강호의 누구도 이와 같은 신화를 단신으로 써 내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런 소어의 활약을 묘선과 전우치로부터 전해 듣기만 한, 위지찬은 아직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소어야. 나는 어릴 적부터 네가 시대를 대변할 강호의 대표고수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어.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쌍마노괴라니! 우천마검, 노영명을 이기고 귀마강시를 40여 구나 때려잡다니. 너 정말 정체가 뭐냐?”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진짜 미쳤네, 미쳤어.’ 소어는 겸손의 미덕을 발로 갖다 차 버리기로 했다.
겸손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미덕이 된다.
한데, 이 와중에 ‘별거 아니에요~’, ‘다 형님 덕분이죠~’ 같은 소릴 나불거렸다간 위지찬에게 쌍욕을 들을 게 자명했기에 그저 씩, 웃으며 상황을 즐겼다.
“정체가 뭐긴, 뭐예요. 투신의 제자지. 하하! 그리고 귀마강시 40마리는 나 혼자 잡은 것도 아니에요, 묘선이의 규화보전, 아미파의 항마복룡진. 특히, 우치 형의 가공할 만한 술법이 크게 한몫한 거죠.” 소어는 특히 전우치의 공치사를 잊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장내에는 천령대의 대주와 천마성당의 수도사들이 동석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전우치를 한 번 띄워줌으로써, 그의 섭섭함을 씻어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한 게 뭐 있겠냐. 잘나신 소어 너의 ‘우리 형님’이 당도하는 바람에 상황이 해결된 거지, 뭐.” 전우치는 아직도 삐져 있는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저 양반이 진짜! 주책도 유분수지, 천마신교 사람들 앞에서 뭐 하는 짓이래?’ 소어의 눈썹이 팔자로 일그러졌다.
하나 그런 소어의 심경도, 전우치의 소심함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

위지찬과 천마신교의 인물들은 오직, 소어가 정녕 노영명을 파워볼사이트 이긴 게 사실인가에 대해서만 귀추를 주목했다.
그만큼 노영명은 당대 최강의 고수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그래. 강시야 뭐, 협동을 통해 잡았다 해도, 노영명을 이긴 건, 온전히 네 실력이잖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아마 앞으로는 당대 최고수로 천하가 널 손꼽게 될 거야.” 당대 최고수.
듣기에 따라 너무나 허무맹랑하고 거창한 수식어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하나 그렇게 말하는 위지찬은 순수한 진심을 표출한 것이었다.
노영명은 이미, 투신 모용천과 천마 위지운이 강호를 주름잡던 시절부터 당대 최강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고, 살면서 단 한 번 투신에게 패배했을 뿐, 흑백을 막론하고 누구라 해도,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심지어는 현, 백도의 최고수로 알려진 공승대사나 용각선생마저 노영명에게 한 수 접어주는 실정이었으니, 사실 이번 사천 출정에서 소어가 한 일은,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만한 기념비적인 일이었던 것.
‘강호 최고수라…….’ 휘황찬란한 수식어 앞에 소어도 가슴이 동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소어는 언젠가 맹세한 적이 있다.

생불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창안한 십초무적공을 익히고도 노영명에게 패배했을 때.
두 번 다신, 타인에게 패배하지 않을 거라고.
또한, 반드시 노영명에게 복수하여 십초무적공의 완벽함을 세상에 증명하겠노라고!
물론 강호 최고수란 말은 아직 가슴에 와닿지 않았지만, 노영명을 이김으로써 소어는 필생의 숙원과 그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응어리를 털어낼 수 있었다.
때문에 감개가 무량했다.
하나 지금은 그런 감상에 젖어들 때가 아니었다.
“찬이 형. 일단, 갑시다. 감숙으로. 가서 내가 진짜 그런 소리 들을 자격이 있는지, 마물 한 번 때려 잡아보자고요.” ***
무려, 7일이나 혼절해 있었기에 소어의 마음은 다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감숙으로 향해 토벌군의 힘이 되고 싶었던 탓이다.
하나,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강시와의 혈투로 인해, 아미파의 제자 중 상당수가 부상을 입어 그들의 상태를 보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천마신교 측이 부상과 기력 회복에 효험이 좋은 영약을 제공했고, 때마침 소어의 의술 또한, 여느 명의 못지않게 발전한 상태여서 급한 대로 위중한 시료는 하루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후! 드디어 떠날 수 있겠네. 묘선아. 고명한 의원분들을 초빙했으니까, 아미파 제자분들의 상태도 나날이 호전될 거야. 이제 한시름 놓았으니 내일 날 밝는 대로, 감숙으로 가자.” “그래. 그렇게 하자, 소어야.” 그때.
위지찬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어야. 감숙으로 가기 전,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그게 어디예요?” “백련교의 사천교당.” “……?” “……?” “……?” 위지찬의 말에 소어, 묘선, 전우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찬이 형. 사천에도 백련교의 교당이 있어요?” “그래. 얼마 전에, 정보를 입수한 참이다. 하나 사천교당은 감숙 교당처럼 마물이 있다거나, 교내 중추 세력이 머무는 곳이 아닌, 백성들을 잡아 가두는 포교 활동이 주를 이루는 곳인 모양이더구나.” 위지찬의 말을 듣고, 소어는 그제야 일전의 일화를 떠올렸다.
‘그래… 어쩐지 남 대인 그 영감탱이가 사천 백성들을 인신 공양의 재물로 포교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여기서 감숙까지 거리가 얼만데! 당연히 사천에 쥐새끼들이 숨어 있는 게 정상이지.’ 그러고는 위지찬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사천교당을 와해시키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겠네요?” “당연. 너 같은 괴물이 있는데, 힘들긴. 하하. 아마 반나절이면 놈들의 가죽까지 탈탈 벗길 수 있지 않겠냐?” 일순, 소어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소어 녀석… 또 사람 머리카락 뽑는 상상한 거 아냐?’ 전우치는 왠지 소어의 미소만 보고서도 닭살이 돋았다.

아니나 다를까.
“찬이 형. 갑시다.” “응?!” “그놈들 머리카락 확, 마 다 뽑아주러.” 아무래도 감숙으로 향하기 전.
또 하나의 불쌍한 희생양이 탄생하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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